내 남자의 여사친은 언제나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다. 그녀는 우리가 그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그를 알았고, 내가 모르는 그의 모습이나 과거, 심지어 그의 전여친과 그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내 남자의 SNS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짜증나는데 갖은 이모티콘을 섞어가며 댓글을 달 때는 아주 그냥 남친 몰래 차단해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도 어느 여자의 남친의 여사친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더없이 보잘것 없고 왜 사는지 모르겠는 남자사람이 그녀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남.자.친.구 라는 것이다.
우리눈에는 그녀가 오징어지킴이처럼 보이지만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이해안될 것도 없다. 우리의 남자친구도 누군가에겐 철없는 동생이자 나이만 많은 오빠이자 대체 어느 여자가 쟤를 만나줄까의 쟤 이기 때문이다.
남사친만 350명인 이 기적인 언니가 오늘 남사친 여사친과 호감이 있는 이성사이를 구별하는 법을 알려주게쓰.
1. 대체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만난다.
사랑하는 애인과 데이트하는 것과는 다르게, 보통의 여남사친은 "그냥 나와 ㅇㅇ" "밥이나같이 ㄱㄱ" "커피한잔 때리실" 등의 메세지로 컨택하여 내츄럴한 모습으로 접선한다. 이들은 만남의 목적이 배채우기, 목축이기, 피방가기 등 단순하고 일차원적일 경우가 많다.
2. 상대방 쪽으로 가주는 배려따윈 없다. 무조건 중간지점
여남사친은 만나도 그만, 안만나도 그만이기에 진정한 여남사친이라면 내가 상대방쪽으로 가주는 따위의 배려같은 건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내가 왜 걜 만나러 거기까지 가야해..? 라는 생각이 들어야 건강한 관계의 찐사람친구라고 할 수 있다.
3. 헤어지고 나서 카톡은 오로지 송금할 때만
진정한 여남사친이라면 오늘 너무 재밌었어 ㅎㅎ 라든지
다음엔 여기가볼까? 와 같은 다음을 기약하는 메세지따위는 손가락이 아파서라도 하지않는다. 그들이 헤어지고나서 카톡을 하는 경우는 만났을때 들어간 비용에 대한 정산문제나 사진을 빨리 보내주고 치우려는 목적뿐이어야 한다.
4. 주소록에 이름 세글자 혹은 소속과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다.
김제니 혹은 한국대 김제니, 100번 양보해서 제니까지가 마지노선이다. 귀염둥이제니 세젤예제니 등 여자가 의도적으로 변경하였거나 남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다면 이거 의심해봐야 한다. 보통의 여사친이라면 남사친 폰에 자기가 뭐라고 저장되어있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김제니 라고 저장되어있는 것을 봤을 경우 "야 너무 딱딱한거 아니냐?" 해놓고 그 서운함이 3초 이내로 사라진다.
5. 절대 둘이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이 친구관계가 SNS라든지 누군가에게 자랑할만큼 멋지고 뿌듯한 관계가 아닌 이상 둘이서만 사진을 찍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만약 휘성이랑 친한 오빠동생 사이면 둘이서 셀카를 찍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어서거나 휘성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6.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잤는지와 같은 일신상의 안부를 궁금해하지않는다.
물어보지않아도 이미 잘 처먹고 처잤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7. 서로의 사진을 갖고 있을 때는 소개팅 품앗이를 해줄 때이다.
자기 폰에 왜 이사람 사진 있어..? 했을 때 예전에 소개팅시켜주려고 받아놨다는 답변 이외에 다른 답변이 올 수 없다.
8. 내 여사친 or 남사친이 자기 보고싶어해
절대 나가지마라. 전애인에 비해서 와꾸는 누가 더 나은지, 당신이 너무 여우같거나 너무 곰같지는 않은지, 예의와 경우는 바른지, 돈은 아낌없이 잘쓰는지, 주사는 없는지 등의 항목을 동성의 시각으로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다.
그냥 이런말을 하며 만남을 추진하는 애인과는 이별을 추진하시길. 상도덕이 없는 사람이다.
9. 내 여남사친은 자기랑 더 행복하기위해 연애상담을 해주는 존재일뿐이야.
나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여기저기 미주알고주알 떠들고 다니는 것도 썩 좋지 않은데, 여사친이나 남사친한테 고민상담을 한다면 이건 기분이 더 좋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 편을 들어줬거나 내 애인에게 참교육을 시켜줬거나 내 애인이 생각지도 못했던 포인트를 알려줬다거나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으니 바로 화내지는 말 것. 확인할 길이 있다면 둘의 카톡내용이라도 몰래 보고 화내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하지만 확인할 길이 없다면 이만큼 위험한 것도 잘 없다. 우리는 고민상담을 하면서 정서적으로 그 여남사친에게 의존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낄 것이며, 상당히 높은 확률로 여남사친은 우리에게 이별을 선택하라고 부추길 것이다.
실제로 나도 나를 힘들게하던 엑스에 대해 상담을 해주던 남사친들이 나를 좋아하는 마음에 내 편을 들어주며 계속 헤어짐을 부추겼다는 사실을, 헤어지고 나서야 고백이라는 사실을 통해 알게되었으니까.
10. 혹시나 엑스와 친구사이로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당신의 애인을 과감히 버려도 좋다.
장담컨대 당신의 애인과 그 엑스는 이별이 두렵고 감정의 찌꺼기를 깔끔하게 정리하지못해 친구사이로 남았을 확률이 99.9%
나도 나를 찬 전남친에게 친구로 지내자는 황당무개한 제안을 받고 한달 정도 친구로 지내보았으나 서로 좋아하지만 힘들것이 두려워 사귀지는 못하는, 결국 파트너로 전락해버리는 더러운 관계가 되어버리더라.
그 더러운 고리를 끊고 멋진 새 사랑을 하고자 내가 혀깨물고 그를 쳐냈더랬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인데 그때의 나는 그렇게라도 그를 곁에 둘만큼 좋아했던 것이다.
저기 당신,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별 게 아니다.
당신의 상식 수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서도,
당신이 그 행동을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꿋꿋이 "이게 나야" "내 라이프스타일이야"를 고집하는 그 매력적인 놈년들이
나쁜놈년들인 것이다.
부디 당신이 남사친 여사친 문제로 당신의 속을 썩이고 불안하게 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기를 :D
진심을 다해 기도하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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